‘미세 발효 오염 식별: 카함·곰팡이 구분과 대응’은 표면에 생기는 하얀막이 과연 안전한 카함(yeast film)인지, 위험 신호인 곰팡이인지 빠르게 판별하고 조치하는 기준을 정리한 가이드입니다.
색·질감·냄새·성장 패턴을 핵심 지표로 삼고, pH·염도·침수·온도·산소 관리로 재발을 막는 예방 루틴까지 하나의 SOP로 묶어 초보도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드립니다.
카함 식별: 하얀 얇은 막의 특징·원인·허용 범위(카함)
카함(카암, Kahm yeast)은 락토발효 채소나 당이 있는 발효액 표면에 생기는 얇은 효모성 막으로, 일반적으로 ‘매끈·무광·종이처럼 얇음·가볍게 걷힘’이 특징입니다. 손으로 들어 올리면 한 겹의 필름처럼 찢어지며 솜털 같은 털결이 거의 없고, 색은 흰색~연회색. 냄새는 빵·효모·약한 사이다 톤으로 불쾌한 썩은내, 휘발용제향, 곰팡내가 없습니다.
원인은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1) 산소 노출—헤드스페이스가 넓거나 재료가 떠오른 경우, 표면층이 공기와 접촉하며 효모가 자랍니다. (2) pH 하강 지연—초기 24~72시간에 pH가 4.2 이하로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효모가 유리해집니다. (3) 저염/고온—염도(예: 1.8% 미만)와 온도(>24℃) 조합은 카함·이취 발생률을 끌어올립니다. (4) 잔당 과다—과일·당 첨가가 많거나 2차 발효 전 잔당이 높은 경우 표면 효모가 활짝 펴집니다.
카함은 ‘품질 저하 요인’이지만 즉각적 위해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방치 시 산을 소모하고 향을 탁하게 만들며, 표면에서 다른 오염이 자리잡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용 가능한 대응은 ‘즉시 제거+조건 교정’입니다. 깨끗한 숟가락·거름망으로 표면막을 넓게 걷어낸 뒤, 가장자리까지 종이 타월로 두르고 걷어 미세 잔여를 최대한 제거합니다. 이어서 침수·헤드스페이스·염도·온도를 교정하면 정상 궤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혼동 주의: 콤부차·식초·나초(초산 발효)에서 생기는 매끈한 흰 ‘펠리클(SCOBY/마더)’은 정상 구조물입니다. 표면이 매끈하고 균일하며 젤라틴성 두께가 생기면 ‘정상 펠리클’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락토발효 채소(피클·크라우트)에서 두툼한 젤층이 무성하게 자리잡거나 막이 층층이 패치처럼 번지면, 카함일 확률이 높아 즉시 걷어내야 합니다.
곰팡이 식별: 색·털·섬유질 성장과 즉시 폐기 기준(곰팡이)
곰팡이는 ‘색·입체감·섬유질’로 구분합니다. 첫째, 색—분홍·주황·빨강·검정·녹청·파랑·형광 톤처럼 선명한 색조가 보이면 곰팡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둘째, 질감—솜털처럼 보풀 보풀 올라오거나, 섬유질의 뿌리(균사)가 점처럼 퍼지며 군락을 이룹니다. 셋째, 형태—원형 섬처럼 둥글게 자라며 중앙이 솟아올라 ‘버섯 모자’ 같은 입체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는 곰팡내·흙내·곰팡이 치즈 같은 강한 암모니아·약품 톤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의 원인은 대체로 (1) 완전 침수 실패—원재료가 수면 위로 드러남, (2) 표면에 붙은 당·펄프 자국—세척 미흡으로 ‘기착점’ 형성, (3) 저산성—스타터 없이 저염·저온으로 시작, (4) 통풍·먼지—과일파리, 공기 중 포자가 표면에 앉는 조건 등이 복합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오일층’이 있는 레시피(허브오일 절임, 마늘 오일 등)는 표면 산소·저산성이 겹쳐 위험합니다.
폐기 기준은 명확합니다. 솜털형·선명 색의 군락이 보이면 즉시 전량 폐기, 용기·뚜껑·무게추·도구는 세척→산소계 세정(또는 차아염소산 100~200ppm)→완전 헹굼→건조로 리셋하세요. 표면만 걷어내고 재사용하는 방법은 가정 환경에서 권장되지 않습니다. 곰팡이는 표면 아래로 균사가 내려가며 독소·대사물을 남길 수 있어, 안전을 우선합니다.
경계 사례 구분 팁: 얇고 매끈한 하얀막(카함) vs 솜털·색감 있는 돌기(곰팡이). 스푼으로 살짝 건드려 보아 막처럼 ‘쓱’ 벗겨지면 카함 가능성이 크고, 솜털이 일면서 부서져 가루가 날리면 곰팡이를 의심합니다. 또, 카함은 하루 단위로 면적이 얇게 넓어지는 반면, 곰팡이는 점군이 도트처럼 생겼다가 돌기·섬을 만들며 입체적으로 자랍니다.
대응·예방 SOP: 즉시 조치·재발 방지·체크리스트(대응)
즉시 조치 10분 루틴: (1) 표면 사진 기록→원인 추정(헤드스페이스/침수/온도/염도). (2) 깨끗한 스푼·종이타월로 표면막 넓게 제거. (3) 무게추·겉잎 캡으로 완전 침수 회복. (4) 헤드스페이스 1~2 cm로 축소. (5) 브라인 보충—2.0~2.5%로 정확 계량(물 1 L에 소금 20~25 g). (6) 스타터 브라인 5~10% 또는 유청 2% 추가로 pH 하강 가속. (7) 용기 외벽 당·펄프 자국 깨끗이 닦기. (8) 뚜껑/실리콘 리드·에어락 점검. (9) 18~21℃로 48~72h 안정—고온기에는 젤 아이스팩·워터배스로 열 완충. (10) 24h 간격 pH 측정(4.2 이하 진입 확인)·향 확인.
예방 설계 체크리스트: 물—활성탄 필터로 염소/클로라민 제거. 원재료—상처·곰팡이 흔적 없는 신선 채소만, 과일은 껍질의 곰팡이 포자 주의. 염도—채소별 1.8~2.5% 시작, 여름·고온기 0.2~0.5% 상향. 침수—유리 무게추·잎사귀 캡·좁은 용기 사용, ‘빈 공간 최소화’. 산소—실리콘 리드·에어락으로 가스 배출·산소 유입 최소화. 온도—18~22℃ 권장, 24℃ 이상에서는 초기 72h 특히 신경. 스타터—직전 배치 건강한 브라인 5~10%/유청 2%가 성공확률을 끌어올립니다. 위생—세척→헹굼→소독→완전 건조, 휴대폰·행주 접촉 금지. 라벨—배치ID/염도/pH/온도/체크 시각을 적어 ‘결정 시점’을 고정합니다.
제품별 노하우: 크라우트/피클—초기 24h에 pH 4.6 이하, 72h 내 3.8~4.1 도달 목표. 콤부차/식초—표면 펠리클은 정상, 색/솜털이 보이면 폐기. 워터/밀크 케피어—병입 2차는 반드시 버핑·콜드 크래시로 과발압을 막아 표면 오염의 계기를 줄입니다. 오일 첨가 레시피—초기 저산성 구간에서 금지, 숙성 후에 블렌딩하세요. 마지막으로, 의심스러우면 폐기—안전이 모든 발효의 전제입니다.
정리하면, 카함은 ‘얇고 매끈·하얀·쉽게 걷힘’, 곰팡이는 ‘선명한 색·솜털·입체 성장’입니다.
오늘의 판별 지표와 대응·예방 SOP를 라벨로 만들어 붙이고, pH·염도·침수 상태를 같은 시간에 반복 체크하세요. 오염 스트레스가 줄고, 발효는 더 깨끗하고 예측 가능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