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발효 기초 재료학: 물·소금·당 선택법

‘미세 발효 기초 재료학: 물·소금·당 선택법’은 결과를 좌우하는 세 가지 축을 재료 과학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수돗물과 생수의 경도·소독제, 소금의 종류·입도·첨가물, 당의 발효성·미네랄 차이를 이해하고, 퍼센트 계량법과 브릭스 관리로 재현성을 높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물·소금·당·저울·굴절계를 배치한 주방 작업대 16:9 일러스트

물 선택법: 경도·소독제·온도의 균형

발효의 절반은 ‘물 관리’에서 시작됩니다. 물의 경도(칼슘·마그네슘)는 미생물 생장과 식감에 영향을 주는데, 30~120 mg/L(중간 경도)의 물은 대체로 안정적입니다. 채소 락토발효에서는 칼슘이 펙틴을 지지해 아삭함 유지에 유리하고, 콤부차·식초에서는 과도한 경도가 표면에 미네랄 막을 남기거나 산 맛을 둔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연수이면 채소가 빨리 무르거나 효모 활력이 떨어질 수 있어, 중간 경도의 수돗물 또는 생수가 무난한 기본값입니다.

소독제 관리도 핵심입니다. 수돗물의 염소(chlorine)는 끓이기나 하루 개방 방치로 쉽게 날아가지만, 클로라민(chloramine)은 잔존성이 높아 단순 방치로 제거되지 않습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활성탄 필터(정수기·피처형)를 통과시켜 사용하는 것이며, 대체로 콤부차·케피어 같은 스타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프플레이버를 줄여줍니다. 양조 분야에서 쓰는 비타민 C(아스코르빈산) 한 꼬집은 클로라민을 환원시켜 중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가정 발효에서는 활성탄 필터가 더 직관적입니다.

온도와 용존산소도 체크하세요. 브라인을 만들 때는 소금을 완전히 녹인 뒤 실온(18~25℃)으로 식혀 사용합니다. 뜨거운 물은 잎채소를 살짝 익혀 조직을 약하게 하고, 반대로 냉수는 용해가 늦고 염분 균일화가 더딥니다. 물맛 자체(철·황 냄새)가 강하면 병에 잔향이 남으므로, 다른 브랜드의 생수나 정수 필터를 바꿔 시도해 보세요.

실무 팁입니다. (1) 기본수 설정: 한 번 마음에 든 물을 ‘기본수’로 정하고 배치마다 동일하게 유지합니다. (2) 경도 보정: 과도한 연수로 채소가 무른다면 식품용 염화칼슘(CaCl₂) 0.02~0.04%를 브라인에 소량 추가해 아삭함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3) 기록: 물의 종류, 필터 사용 여부, 체감 향미 변화를 함께 기록하면 같은 소금·당 조성에서도 차이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소금 선택과 염도 설계: 종류·입도·퍼센트 계량

소금은 발효 속도의 브레이크이자 미생물 선택압입니다. 권장 기본은 ‘무첨가 피클링 솔트(정제 소금, 항결제·요오드 무첨가, 입자 균일)’이며, 대량 채소 발효에는 굵은 천일염도 좋습니다. 요오드가 미생물을 전면 억제한다는 통념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첨가물이 많은 식탁천일염은 염수의 혼탁·잡미·계량 오차를 불러올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핑크솔트·회색 게랑드처럼 미네랄 풍미가 있는 소금은 소량 블렌딩으로 개성을 더할 수 있으나, 기본 배치는 무향·무미 첨가물이 없는 소금으로 표준화를 권합니다.

입도는 ‘체적계량의 함정’을 만듭니다. 같은 1큰술이라도 브랜드·입도에 따라 10~30% 무게 차이가 나므로, 반드시 전자저울(0.1 g 단위)로 ‘퍼센트 계량’을 하세요. 공식은 간단합니다. 건채소 직염 방식: 소금(g)=채소 총중량(g)×0.02(=2%). 브라인 방식: 소금(g)=물 무게(g)×원하는 염도(예: 0.025=2.5%). 예시) 오이 피클 1 L 브라인을 2.5%로 만들려면, 물 1000 g×0.025=소금 25 g. 양배추 2 kg 사우어크라우트를 2%로 잡으면, 2000 g×0.02=소금 40 g을 채 썰어 절일 때 사용합니다.

염도 가이드는 목적에 따라 조정합니다. 잎·양배추류 1.8~2.2%, 오이·무 등 수분 많은 채소 2.5~3.0%, 올리브·풋고추 같은 장기 발효 5~8%가 일반적입니다. 여름철 고온·과발효 위험 시 0.2~0.5% 정도 상향, 겨울 저온·지연 발효 시 0.2% 하향이 실무에서 자주 쓰는 조정폭입니다. 염도가 높을수록 초기 오염 리스크는 낮아지지만 발효 속도가 느려지므로 pH 하강이 필요한 제품에서는 과도한 상향을 피하세요.

풍미와 안전을 함께 잡는 팁입니다. (1)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은 미세한 쓴맛·금속미를 줄 수 있으니 10~20% 이내로 블렌딩. (2) 용해: 브라인은 미지근한 물에 완전히 녹여 침전 없이 투명하게 만든 뒤 사용. (3) 라벨: 배치 라벨에 ‘염도%·소금종류·입도’를 함께 기록하면 맛 차이를 소급 분석하기 쉽습니다.

당 선택과 브릭스 관리: 발효성·미네랄·제품별 기준

당은 미생물의 연료이자 향미 전구체입니다. 발효성 관점에서 사카라이드(자당·포도당·과당)는 잘 소비되지만, 스테비아·에리스리톨 같은 대체감미료는 대부분 발효되지 않아 1차 발효용으로 부적합합니다. 기본 원칙은 ‘단순·청결’입니다. 콤부차의 경우 정백설탕(자당)이 SCOBY의 글루콘산·아세트산 생성에 가장 안정적이며, 원당·흑설탕·당밀은 미네랄이 많아 맛은 풍부해지지만 과도하면 스타터 스트레스를 유발해 산 생성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워터 케피어는 당 45~60 g/L 범위가 흔한데, 미네랄 공급을 위해 당밀 소량(1~2% 이내) 또는 말린 과일·무가공 설탕을 보조로 활용하면 곡립 활력이 좋아집니다. 진저버그는 소량씩 자주 급여(예: 물 200 mL에 설탕 15~20 g, 생강 1~2 tbs, 매일/격일 급여)가 안정적입니다.

브릭스(°Bx)는 당 용해 고형물의 지표로, 굴절계로 간단히 측정해 발효 진행을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과일 식초의 초기 브릭스는 10~14°Bx가 무난하며, 너무 높으면(>18°Bx) 삼투압 스트레스로 초반 pH 하강이 지연됩니다. 콤부차는 티베이스 1 L당 설탕 50~70 g(대략 5~7°Bx)에서 시작해 1차 발효 후 3~5°Bx로 떨어지는 흐름이 안정적입니다. 요구르트·사워도우 같이 당을 추가하지 않는 제품에서는 원유의 유당, 곡물의 전분 당화(효소·누룩)에 의해 당이 공급되므로 브릭스보다는 온도·스타터 비율이 더 중요합니다.

당 종류별 캐릭터도 기억해 두세요. 포도당(덱스트로스)은 효모가 빠르게 소비해 발효 개시가 경쾌하고, 과당은 과일향·꽃향 에스터 생성에 기여하지만 과다 시 과산 생산으로 신맛이 날카로워질 수 있습니다. 꿀은 항균 성분(퍼옥시드 등) 때문에 스타터가 약할 때는 발효가 더딜 수 있으며, 원산지에 따라 향이 강해 결과물의 캐릭터를 크게 바꿉니다. 따라서 콤부차·케피어의 ‘표준 배치’는 정백설탕으로 재현성을 확보하고, 맛 실험 배치에서 10~30% 범위로 원당·당밀·꿀을 블렌딩하며 차이를 기록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현장 팁입니다. (1) 1차 발효는 ‘충분한 연료’, 2차 탄산은 ‘잔당 확보’가 핵심이므로 병입 전 브릭스를 체크해 과발압을 예방합니다. (2) 고당도 과일(망고, 포도) 발효음료는 시작 브릭스를 물로 희석해 12°Bx 안팎으로 맞춰 pH 하강을 빠르게 유도합니다. (3) 라벨에 ‘초기/중간/완료 브릭스·당 종류·투입 g/L’를 적어 두면 향미 재현이 쉬워집니다.

요약하면, 물은 중간 경도·소독제 관리, 소금은 무첨가·퍼센트 계량, 당은 발효성·브릭스 관리가 핵심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본수·기본소금·기본당’을 정해 표준 레시피를 만든 뒤, 변수는 한 번에 하나씩만 바꿔 기록해 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온도·시간 컨트롤로 미세 조정의 폭을 넓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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