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발효 실험 입문: 원리·미생물·용어

‘미세 발효 실험 입문: 원리·미생물·용어’는 집과 소규모 실험 환경에서 안전하고 재현성 있게 발효를 시작하기 위한 길잡이입니다.

발효의 작동 원리, 핵심 미생물, 초보자가 자주 헷갈리는 용어를 한눈에 정리해 기초 체력을 탄탄히 다집니다.

홈 발효 실험대의 유리병·SCOBY·pH 스트립을 담은 16:9 일러스트

발효의 원리: 미생물 대사와 환경 요인

발효는 미생물이 당(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유기산, 알코올, 가스 등을 만들어내는 대사 활동입니다. 유산발효에서는 포도당이 젖산으로 전환되며 pH가 내려가 보존성이 높아지고, 알코올발효에서는 효모가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해 빵의 팽창이나 음료의 거품이 생깁니다. 핵심은 ‘기질(설탕·전분)·미생물·환경(온도, 산소, 염도, 수분활성)’의 균형입니다.

온도는 미생물 효소 활성을 좌우합니다. 다수의 유산균은 18~25℃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30℃를 넘기면 과발효와 이취가 늘어납니다. 효모는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를 견디지만 고온에서는 휘발성 황화물 같은 오프플레이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염도는 발효 속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채소 락토발효의 경우 총중량 대비 2~3% 소금을 권장하는데, 삼투압으로 야채 세포에서 수분과 당이 빠져나와 기질이 자연히 공급되고, 염 내성 높은 유산균이 선택적으로 증식합니다.

산소는 미생물 조성에 직접적입니다. 유산발효 피클이나 사우어크라우트처럼 혐기성 제품은 수면 아래 원재료를 완전히 잠기게 하고, 표면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에어락·무게추를 사용합니다. 반대로 콤부차처럼 초산균을 쓰는 발효는 호기성 표면 발효가 필요해 넓은 표면적과 천 커버가 유리합니다.

pH 하강은 안전성의 지표입니다. 대부분 병원성 세균은 pH 4.2 이하에서 증식이 억제되므로, 초기 24~72시간 안에 pH가 빠르게 내려가도록 당·염도·온도를 조정합니다. 이 모든 요소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향과 텍스처가 안정화되고, 배치 간 재현성이 높아집니다.

주요 미생물: 유산균·효모·초산균의 역할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 Lactobacillus, Leuconostoc, Lactiplantibacillus 등)은 당을 젖산(때로는 초산·에탄올과 함께)으로 바꾸며 pH를 낮춰 보존성과 상큼한 산미를 만듭니다. 헤테로발효성 종은 젖산과 함께 이산화탄소·에탄올을 생성해 가벼운 기포감과 복합 향을 더하고, 호모발효성 종은 보다 깔끔하고 직선적인 산을 제공합니다.

효모(Saccharomyces, Kluyveromyces 등)는 당을 에탄올과 CO₂로 전환하며, 반죽의 부풀음과 과일·꽃·빵 내음 같은 향미 전구체를 제공합니다. 케피어나 사워도우 스타터처럼 복합 군집에서는 유산균과 효모가 공생하며 유기산·알코올·에스터 균형을 잡아 깊은 맛을 만듭니다.

초산균(Acetobacter, Komagataeibacter)은 알코올을 초산으로 산화해 식초나 콤부차의 상큼한 산과 특유의 셀룰로오스 막(SCOBY)을 형성합니다. 미생물의 생육 특성도 알아두면 유리합니다. 유산균은 염·산 스트레스에 강하지만 산소를 싫어하는 종이 많고, 효모는 비타민·미네랄 공급(예: 전립분, 말토 추출물)에 반응하여 발효력이 향상됩니다. 초산균은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이라 표면과 공기 교환이 중요합니다.

안전 측면에서는 모양과 냄새로 기본 판별이 가능합니다. 신선·상큼·젖산 향, 미세한 기포, 혼탁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색은 정상 신호입니다. 반면 보풀처럼 솟는 솜털형 곰팡이, 분홍·검정·형광빛, 강한 썩은내·페인트냄새는 폐기 신호입니다. 표면에 얇고 매끈한 흰막이 생기면 대개 카함 이스트일 수 있는데, 산·염 조정과 산소 차단으로 관리 가능하지만 곰팡이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결국 제품 목표(상큼한 산, 기포, 복합 향)에 따라 유산균·효모·초산균의 비중과 배양 조건을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 미세 발효의 핵심입니다.

핵심 용어 정리: 스타터·접종·pH·브릭스·염도

스타터(starter)는 원하는 미생물을 초기부터 충분히 투입해 안전성과 재현성을 높이는 접종원입니다. 요구르트·사워도우·케피어 그레인·콤부차 SCOBY·식초 마더가 대표적 예시입니다. ‘접종(inoculation)’은 스타터를 원재료에 넣는 행위로, 투입량은 총중량 대비 % 또는 mL/리터로 표시합니다.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발효 용기 상단의 빈 공간으로, 혐기 발효에서는 최소화하고 에어락이나 무게추로 침수 상태를 유지합니다.

‘pH’는 산성도를 뜻하며 pH 스트립은 간편하지만 해상도가 낮고, 전극식 pH 미터는 보정(calibration)과 전극 관리가 필요하지만 정밀합니다. 초기·중간·완료 시점의 pH를 기록해 안전선(일반적으로 pH 4.2 이하)을 확인합니다.

‘브릭스(°Bx)’는 당도를 나타내는 굴절계 지표로, 과일 발효 음료나 콤부차의 당 소모 추세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염도(salinity)’는 소금 농도(%)로 표기하며, 채소 발효의 경우 2~3% 범위에서 맛·식감·안전을 균형 있게 확보합니다. ‘수분활성(aw)’은 미생물 이용 가능 수분의 비율로, 소금·당·건조가 낮출수록 위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합니다.

‘총균수/CFU’는 배양평판에서 자란 집락 수로 미생물 밀도를 가늠하지만 가정 환경에서는 상대 지표로 참고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프플레이버(off-flavor)’는 원치 않는 향·맛 결함이며, 원인으로는 고온·저염·산소 노출·불충분한 위생이 흔합니다. 용어를 알면 레시피를 읽을 때 의도와 안전 기준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으며, 실험 기록의 품질도 즉시 올라갑니다.

요약하면, 미세 발효는 당·미생물·환경을 설계해 맛과 안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술입니다.

오늘 정리한 원리·미생물·용어를 기준으로 온도·염도·pH를 관리하고, 스타터와 접종량을 표준화해 재현성을 확보해 보세요. 다음 편 ‘집에서 하는 미세 발효: 위생·장비·살균 루틴’에서 실제 작업 동선을 구축하고 오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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