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테루아르(terroir) 개념은 토양, 기후, 지역 특성이 풍미에 반영된다는 의미입니다. 미세 발효에서도 이 개념은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존재하는 미생물 다양성이 발효의 속도와 풍미를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발효와 테루아르의 관계를 소개하고, 가정 발효자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지역 미생물 다양성과 발효 차이
각 지역에는 고유한 공기 중 미생물 군집이 존재합니다. 서울의 아파트 주방, 시골 농가의 창고, 해안가 마을의 부엌은 서로 다른 미생물 환경을 가집니다. 실험 결과, 동일한 배추와 소금으로 사우어크라우트를 담가도 지역에 따라 발효 속도와 풍미가 달랐습니다. 도시형 발효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산미가 뚜렷했으며, 농촌형 발효는 풍미가 더 복합적이었습니다. 이는 곧 미생물 다양성이 발효의 개성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테루아르 개념의 발효 적용
와인에서 테루아르는 “땅의 맛”으로 표현됩니다. 발효에서도 테루아르는 “공간의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레시피와 조건이라도, 발효 환경이 어디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가정 발효자가 이를 이해하면, 단순히 실패·성공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역 특성을 존중하는 발효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테루아르는 곧 발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기록하는 틀입니다.
가정 발효자가 활용할 방법
지역적 차이를 활용하려면 먼저 기록이 필요합니다. 같은 레시피를 다른 계절, 다른 장소에서 반복하고,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사는 공간의 발효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발효자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면, 지역별 발효 특성을 교차 비교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스타터를 교환해 발효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발효의 결과는 재료와 기술뿐 아니라, 지역의 미생물 환경이라는 숨은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테루아르 개념을 적용하면, 발효자는 단순히 레시피를 따르는 사람을 넘어 자신의 공간과 연결된 발효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발효는 결국 과학이자 지역성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입니다.